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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 🚶

생산직 공장 알바 며칠만에 그만둔 후기

by 하와이안 버블티 2024. 10. 31.

한 두 달 빡세게 일하며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기롭게 2교대 공장알바를 구했으나 며칠 만에 그만둔 적이 있다. 
 
이유는 텃세 때문인데, 
 
텃세가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.
 
일 하는 12시간 내내 나한테 야 야 거리며 소리 지르고, 화내고, 무시하고, 갈구고, 모욕적인 말들을 했다. 모든 말에 화를 실어서 소리 지르며 말하는 건 기본이고, 자기 일이 잘 안 풀려서 기분 안 좋은 걸 애꿎은 신입 애들한테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. 
 
근데 그러다 나중엔 갑자기 털털한 척하면서 엄청 잘해줘서 당황스럽게 했다. 진짜 뭐 어쩌라는 건지...
 
어떻게 일하는 내내 소리를 지르는 건지 그 사람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. (공장 환경 특성상 기계 소리가 시끄럽기 때문에 크게 말해야 하는 게 있긴 하다. 그렇지만 그 사람은 그냥 크게 말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.)
 
처음에는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했다. 
 
첫날에 진짜 너무 충격적일 정도의 텃세를 겪었지만, 애써 나 자신을 달래며 '조금만 견뎌보자.', '무조건 좋은 환경에서만 일할 수는 없다.', '이것도 경험이다.'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. 그리고 어떻게 어떻게 첫날을 마무리하고, 정말 몸과 마음 다 만신창이가 된 채로 두려움과 불안을 끌어안고 두 번째 출근을 했다.
 
하루 지나면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, 그건 내 착각이었다. 
 
더 심해질 게 있었나 싶었던 텃세는 점점 더 심해졌고, 두 번째 날 근무가 끝나갈 때쯤에는 진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. 정말 당장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.
 
애써 참고 두 번째 근무를 마친 후 집에 와서 고민하다 더는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은 그만두게 되었다. 
 
두 달은 버텨보려고 했는데... 두 달은 무슨, 이틀 만에 끔찍한 텃세를 겪고 때려치우게 되었다. 
 
아마 그 사람은 지금도 누군가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. 솔직히 말하면 이 글을 적는 와중에도 열받는 심정이다. 
 
그 사람이 나한테 새로 들어온 애들이 자꾸 금방 그만둬버린다고, 너도 그렇게 금방 그만둘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. 내가 오히려 되묻고 싶다. 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하루이틀 만에 그만두는 건지 진짜 모르겠냐고 물어보고 싶다. 
 
본인 같으면 본인 같은 사람이랑 같이 일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. 
 
나야 뭐 단기직으로 들어간 부담 없는 알바 자리라 바로 그만뒀지만, 그 사람이랑 내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정말 불쌍했다. 같이 일 하는 사람이 그렇게 감정적이고 신경질적이고 화 많은 사람이면 근무 환경이 정말 지옥 같지 않을까? 아니면 그 사람은 정말 신입만 그렇게 괴롭히는 건가? 
 
안 좋은 내용을 길게 적고 싶지 않아 거기서 겪었던 일들을 많이 생략했는데, 나한테 텃세 부린 그 사람 때문에 업무에도 지장이 심했을 정도였다. 
 
만약 일 하는 데 지장 없었다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버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. 그러나 그게 안 되는 환경이었고 일하는 데 지장이 컸기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. 
 
왜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걸까?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. 
 
덤덤하게 적었지만...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모욕을 당한 것이 꽤나 충격적인 경험이었는지 집에 와서 혼자 한참을 울었다. 😢

공장 측 버스를 타고 공장으로 가는 길

모든 게 다 최악이었지만 밥은 진짜 맛있었다.
그냥 심심해 보이는 식단인데, 진짜 맛있게 먹었다. 일이 힘들어서 그런가…?

새벽 휴식 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와서 보던 새벽의 공장 바깥 풍경. 이 앞에 앉아서 ‘아 진짜 그만둘까? 진심 못 견디겠다’ 이런 생각들을 엄청 하다가 들어가고 그랬었다.

그만둘 결심을 하고 나오며 찍은 공장 전경.
이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…😱